덕계

계약서에 이름이 없다면: 동거인이 지킬 수 있는 주거권

16분 읽기
임대차 계약서를 함께 살펴보는 동거 커플의 모습

계약서에 내 이름이 없으면 나는 세입자가 아닌가요?

법적으로는 세입자가 아닙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주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계약서에 이름을 올린 임차인에게만 붙습니다. 이름이 없는 동거인은 명의자의 허락을 받아 함께 사는 점유자입니다. 집주인을 상대로 직접 권리를 주장할 자리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 사실을 대개 짐을 빼야 할 때쯤 알게 된다는 점입니다. 월세를 절반씩 내고 관리비도 나눠 냈는데, 계약서 임차인란에는 한 사람 이름만 적혀 있는 경우. 지금 계약서를 한번 꺼내 보세요.

조문은 짧고 분명합니다.

임대차는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여기서 인도는 열쇠를 받아 실제로 사는 것, 주민등록은 전입신고를 뜻합니다. 두 가지를 갖추면 전입신고한 다음 날 0시부터 대항력이 생깁니다. 이 효력의 주인이 누구인가, 그게 이 글의 전부입니다.

판례 자료를 보면 임차인 본인이 아니라 배우자나 자녀 같은 가족의 주민등록도 유효한 공시 방법으로 인정해 왔습니다. 다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동거 관계가 그 가족에 들어가는지는 사건마다 판단이 갈립니다. 판례에 기대어 전입신고를 미루면 안 됩니다. 전입신고는 정부24에서 온라인으로 가능하고, 주민등록법상 전입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해야 합니다.

전입신고 확정일자 순서

집주인이 동거인은 나가라고 하면 버틸 수 있나요?

명의자의 계약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동거인만 따로 내보낼 수 없습니다. 임대인이 집을 비워 달라고 하려면 임대차 계약 자체를 끝내야 합니다. 다만 계약서에 동거인을 들일 때 사전 동의를 받으라는 특약이 있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근거는 민법 제629조입니다.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하고, 어기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무단 전대라도 임대인에 대한 배신적 행위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해지권이 생기지 않는다는 법리를 유지해 왔습니다.

동거인이 임료를 따로 내지 않고 명의자와 함께 사는 형태는 보통 전대가 아니라 명의자의 점유 범위 안으로 봅니다. 동거 임대차 퇴거 거절이 실제로 통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다툼은 조문보다 특약에서 터집니다.

분쟁이 붙었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할 세 줄은 이렇습니다.

특약도 없고 연체도 없다면, 임대인이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계약 종료 시점의 인도뿐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계약이 끝날 때 갱신을 요구할 사람도 명의자 한 명이라는 것.

임대차 계약서 임차인란과 특약사항을 확인하는 모습

2020년 7월 시행된 계약갱신요구권은 임차인에게 1회 갱신을 보장합니다. 종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요구하면 2년이 더 붙어 거주 기간이 최장 4년, 2배로 늘어납니다. 이때 보증금이나 월세 인상은 5% 이내로 막혀 있습니다. 표준임대차계약서 서식은 법무부국토교통부가 함께 배포합니다.

내 상황은 이 넷 중 어디에 해당하나요?

비혼 동거 임차인 권리는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계약 명의와 전입신고 조합에 따라 네 가지로 갈립니다. 아래 표에서 본인 칸을 먼저 찾은 뒤 나머지를 읽으면 시간이 절약됩니다.

유형계약 명의전입신고퇴거 요구 방어임대인에게 보증금 청구
단독 명의, 동거인 미전입1인1인매우 약함불가
단독 명의, 동거인도 전입1인2인보통불가
공동 명의 계약2인2인강함각자 가능
사실혼, 명의자 사망1인1인승계로 유지승계 후 가능

두 번째 유형을 오해하는 분이 많습니다. 동거인이 전입신고를 해도 그 사람 이름의 대항력이 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전입신고는 실거주를 증명하는 자료이자 우편물과 행정 통지를 받는 통로일 뿐입니다. 다만 나중에 사실혼이나 생활 공동체를 입증할 때 쓸 수 있는 객관 기록이라는 점에서 값이 있습니다.

세 번째 유형이 가장 안전합니다. 두 사람을 공동임차인으로 올리면 각자 인도와 전입신고를 갖춰 대항력을 따로 취득합니다. 확정일자도 함께 받아 두면 우선변제권까지 붙습니다. 2023년 2월 개정된 시행령 기준으로 서울에서는 보증금 1억 6,500만원 이하 임차인이 5,500만원까지 최우선변제를 받습니다. 보증금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함께 살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그 집은 어떻게 되나요?

법이 예외를 하나 열어 두었습니다. 사실혼 관계라면 임차권을 승계할 수 있습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어도 그 집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해 왔다면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그대로 이어받습니다. 동거 관계에서 가장 강한 보호 장치입니다.

임차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가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1항)

상속인이 있는 경우도 조문에 들어 있습니다. 상속인이 그 주택에서 함께 살지 않았다면, 사실혼 배우자와 2촌 이내 친족이 공동으로 승계합니다. 반대로 상속인이 같은 집에서 함께 살았다면 승계는 상속인 쪽으로 갑니다.

놓치기 쉬운 기한이 하나 있습니다. 승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사망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임대인에게 반대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밀린 월세나 원상복구 의무까지 함께 넘어오기 때문에, 보증금보다 채무가 클 때는 이 기한이 중요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 임차권 승계 요건을 정리한 인포그래픽

승계를 주장하려면 사실혼을 증명할 자료를 평소에 쌓아 두어야 합니다. 같은 주소의 주민등록표, 공동으로 낸 관리비와 공과금 이체 내역,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양가 왕래를 보여 주는 사진과 메시지가 실제 사건에서 쓰이는 증거들입니다.

동거를 끝낼 때 보증금은 누가 돌려받나요?

임대인은 계약서에 적힌 임차인에게만 돌려줍니다. 보증금의 절반을 보탰더라도 이름이 없으면 집주인에게 직접 청구하지 못합니다. 돈을 낸 사실과 계약상 채권자가 누구인지는 별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동거 해소 후 보증금 반환 다툼이 길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구조입니다. 임대인을 상대로는 청구가 막히고, 상대방을 상대로는 얼마를 냈는지 입증해야 합니다. 통장 이체 내역이 없고 현금으로 건넸다면 회수 가능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동거 중 임대차 명의 분쟁을 줄이는 방법은 계약 단계에서 정해집니다.

  1. 공동임차인으로 계약하고 보증금 분담 비율을 특약에 숫자로 적습니다.
  2. 단독 명의가 불가피하면 분담금을 이체로 보내고 적요에 보증금 분담이라고 남깁니다.
  3. 두 사람 사이에 금전 약정서를 쓰고 반환 시점과 방법을 명시합니다.
  4. 계약 갱신이나 보증금 증액 때마다 같은 방식으로 기록을 갱신합니다.

이미 관계가 끝난 뒤라면 순서가 바뀝니다. 명의자가 이사를 가야 하는데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라면 임차권등기명령을 먼저 신청합니다. 2023년 7월 개정으로 결정이 임대인에게 송달되기 전에도 집행할 수 있게 되어, 잠적한 임대인 때문에 이사가 묶이는 사례가 줄었습니다. 신청과 열람은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처리합니다.

오늘 안에 정리해 둘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급한 일은 증거 확보입니다. 계약서 사본, 전입 기록, 돈이 오간 내역 세 가지를 오늘 한 폴더에 모으면 나중에 쓸 카드가 생깁니다. 관계가 좋을 때 해 두는 것이 유일한 타이밍입니다.

다툼이 실제로 시작됐다면 소송이 첫 단추는 아닙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부동산원,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조정 절차는 신청일부터 60일 이내 종료가 원칙이고, 부득이한 경우 30일까지 연장됩니다. 조정이 성립하면 합의 내용에 집행력을 붙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계약 형태를 한 번 더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에 나온 대부분의 문제는 공동임차인 한 줄로 사라집니다. 임대인이 난색을 표하면 연대 책임을 지는 조건이라 임대인에게도 불리하지 않다는 점을 설명해 보세요. 재계약 시점이 그 이야기를 꺼내기 가장 자연스러운 때입니다.

이 글은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민법 조문, 그리고 법무부와 국토교통부의 공개 자료를 기준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계약서 문구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금액이 큰 분쟁은 법률구조공단 무료 상담을 먼저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동거인도 전입신고를 할 수 있나요?

할 수 있습니다. 세대주의 동의를 받아 세대원 또는 동거인 관계로 전입신고가 가능합니다. 다만 전입신고만으로 동거인 본인의 대항력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실거주와 생활 공동체를 증명하는 공적 기록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Q

집주인 동의 없이 동거인을 들이면 계약이 해지되나요?

차임을 따로 받지 않고 함께 사는 형태는 전대가 아니라 임차인의 점유 범위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법원도 임대인에 대한 배신적 행위로 볼 수 없다면 해지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유지해 왔습니다. 다만 계약서에 거주 인원 제한이나 사전 동의 특약이 있으면 분쟁 소지가 큽니다.

Q

보증금을 절반 냈는데 계약서에 이름이 없습니다. 집주인에게 직접 달라고 할 수 있나요?

할 수 없습니다. 임대인의 반환 의무는 계약서상 임차인에게만 향합니다. 회수는 함께 살던 상대방을 상대로 부당이득 또는 약정에 따라 청구하는 방식이 됩니다. 이체 내역과 금전 약정서가 있느냐로 결과가 갈립니다.

Q

사실혼 배우자가 임차권을 승계하려면 혼인신고가 필요한가요?

필요하지 않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는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다만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며, 승계를 원하지 않으면 사망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임대인에게 반대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Q

공동임차인으로 계약하면 어떤 점이 달라지나요?

두 사람이 각자 인도와 전입신고로 대항력을 취득하고, 확정일자를 받으면 우선변제권도 따로 생깁니다. 계약 해지와 갱신 요구도 공동으로 판단합니다. 대신 차임 지급에 연대 책임이 따르므로 분담 비율을 특약에 숫자로 적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Q

관계가 끝난 뒤 상대방이 보증금 정산을 미루면 어디에 도움을 청하나요?

임대인과의 분쟁이라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을 먼저 신청할 수 있고, 처리 기한은 60일입니다. 동거인 사이의 정산 다툼은 지급명령이나 소액사건심판으로 갑니다. 소득 요건을 충족하면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 법률구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출처 및 인용

  1. [1]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치면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이 생긴다

    출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법령/주택임대차보호법

  2. [2]

    임차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사실혼 배우자가 임차권을 승계한다

    출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법령/주택임대차보호법

  3. [3]

    임대인의 동의 없는 임차권 양도와 전대는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

    출처: 민법 제629조,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법령/민법

  4. [4]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 서식과 임대차 제도 안내는 법무부와 국토교통부가 공동 배포한다

    출처: 법무부 주택임대차보호법 안내, https://www.moj.go.kr

  5. [5]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설치되며 조정 절차는 60일 이내 종료가 원칙이다

    출처: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https://www.klac.or.kr

  6. [6]

    임차권등기명령은 2023년 7월 개정 시행으로 임대인 송달 전에도 집행할 수 있다

    출처: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임차권등기명령 안내, https://www.iro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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